시편 109편 1-15절에서 다윗은 ‘원수를 갚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다윗이 언제 시편 109편을 기록했는지 알 수 없지만 왕이 되기 전에 기록한 것 같습니다. 왕이었다면 직접 원수를 처단했겠지만 왕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원수를 갚아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다윗의 원수는 누구일까요? 사울 왕 아니면 사울 왕에게 다윗을 죽이라고 부추긴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악한 입과 거짓된 입을 열어 다윗을 치며, 속이는 혀와 미워하는 말로 다윗을 공격했습니다(2-3절). 2-3절에서는 ‘그들’(복수형)로 표현했지만, 6-13절에서는 한 사람을 의미하는 ‘그’(단수형)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가 누구일까요? 사울 왕 같지는 않습니다. 9-10절에서 다윗은 “그의 자녀는 고아가 되고, 빌어먹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사울 왕의 ‘자녀’ 중에는 다윗의 친구 요나단도 있고, 다윗의 아내 미갈도 있습니다. 다윗은 친구 요나단을 사랑했고 아내 미갈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사울 왕이 자기를 죽이려는 이유가 사울 왕이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해서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삼상 16:14-16). 다윗은 사울 왕에 대해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사울 왕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사울 왕이 죽었을 때는 진심으로 슬퍼했습니다(삼하 1:11-12).
그렇다면 다윗의 원수는 누구일까요? 사울 왕에게 다윗을 죽이라고 부추긴 어떤 한 사람과 그와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윗은 그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사랑과 은혜도 베풀어주었습니다(4-5절). 그런데 그들이 다윗을 모함하고 죽이려고 했으니 다윗이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겠습니까! 그래서 다윗은 주동자인 그 사람을 하나님께서 다스려주시고 죽여 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6-13절). 다윗은 그 사람의 조상들 죄까지 기억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14-15절).
이런 기도를 드린 다윗의 심정이 이해되십니까? 저는 이해가 됩니다. 저도 저를 힘들게 한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 다윗이 드린 기도와 비슷한 기도를 드린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도하는 것이 잘하는 일은 아닙니다. 미운 사람도 품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이 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다윗이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었지만 다윗도 연약한 인간이었기에 그런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 것입니다. 성경은 다윗의 실수나 잘못을 감추지도 않습니다. 밧세바를 범한 이야기와 그의 남편 우리아를 죽게 한 이야기도 성경은 사실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성경은 참 정직한 책입니다.
우리에게도 미운 사람이나 원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수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4절). 다윗이 한 것처럼 ‘원수 갚아 달라’고 기도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직접 원수를 갚으면 안 됩니다(롬 12:19).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원수에 대해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원수를 사랑하고 원수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마 5:43-44). 원수에게 선을 베푸는 것입니다(롬 12:20-21). 원수에게 ‘자비로운 자’가 되는 것입니다.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눅 6:36).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성경이 그것을 말씀하니 우리는 따라야 합니다. 다윗이 젊었을 때는 ‘원수를 갚아 달라’는 기도를 드렸지만,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는 다윗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삼하 16:9-12).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는 말이 생각납니다.